최저임금 뛰고 '떠돌이 알바' 급증…구멍난 고용보험 5년 뒤 고갈

입력 2019-10-25 17:18   수정 2019-10-26 00:49


“정부 예산에서 일자리 부문이 가장 심각합니다. 대부분 실업 소득 지원으로 사용돼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기여할지 의문입니다.”(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해 연 공청회에서는 실업급여 지급 확대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양준모 교수는 급증한 일자리 예산에 대해 “총수요를 감소시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이보다 노동생산성이 낮은 사람은 모두 실업자가 되고, 이들을 국가가 먹여 살리기 위해 실업급여를 주면서 재정만 나빠질 뿐 실질적인 정책 효과는 없다는 설명이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잘못된 정책을 고쳐야 하는데 정부는 확장적 재정 자체가 목적인 것 같다”고 거들었다.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성 ‘빨간불’

정부의 실업급여 제도가 ‘밑 빠진 독’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월간 실업급여 지급액은 다섯 차례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7월엔 역대 최대(7589억원)를 기록했고, 8월(7256억원)도 작년 동월 대비 17.8% 늘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급증하면서 실업급여 적립배율도 하락 추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0.7배, 올해 0.5배에서 내년 0.3배로 떨어질 전망이다. 내년 적립배율 전망치는 고용보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립배율(1.5~2배)의 20% 이하 수준이다.

고용보험 재정 악화의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급속한 실업급여 지급 증가를 꼽을 수 있다. 고용보험은 실업급여와 육아휴직급여 등을 지원하는 실업급여 계정과 취업 촉진, 고용 복지 등에 주로 쓰이는 고용안정·직업능력계발계정(고용안정계정)으로 나뉜다. 내년도 예산안에 실업급여 계정은 11조4449억원으로 전체 고용보험기금의 73.6%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고용보험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지급액이 자동 인상된 것을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경기침체와 최저임금 과속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여파로 실업자가 증가한 것도 지급액 자동 인상에 못지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제조업 등 질 좋은 일자리는 줄고 단기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이 나빠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의 저임금 일자리가 빠르게 단기화되면서 6개월~1년가량 일한 뒤 실업급여를 받고 지내다가 다시 일자리를 찾는 ‘떠돌이 알바’가 크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당장 다음달 시작되는 내년도 국회 예산안 심사에서 고용보험기금 재정 악화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국회 예산 전문기구인 예산정책처와 심사를 담당하는 특별상임위원회인 예결특위에서 모두 고용보험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이대로라면 이르면 2024년 고용보험이 고갈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험료율 올렸지만…

고용보험 지출이 급증하자 정부는 이달부터 고용보험 실업급여 보험료율을 현행 1.3%에서 1.6%로 23.1%(0.3%포인트) 올렸다. 실업급여 보험료율 인상은 2013년 7월 이후 6년3개월 만이다. 근로자들은 연간 고용보험료를 기존보다 6만3000원,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36만6000원을 추가 부담하게 됐다.

이처럼 민간에 부담을 떠넘겼는데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지출도 많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실업급여 지급액이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늘고, 지급 기간도 30일 연장됐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현행과 같이 실업급여 수급자 증가 추세가 지속되면 2020년도 구직급여 지출 소요액도 계획액보다 크게 증가할 우려가 있다”며 “고용보험의 적립배율도 계획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에 대한 고용보험의 지원금도 올라갔다. 청년 일자리 대책, 근로시간 단축 후속 대책 등도 고용보험 부담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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